참새 관찰로 본 인간의 진화와 퇴화
초
등학생 때는 참새를 제대로 관찰하는 게 참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다가가기만 해도 위험을 느꼈는지 바로 훌쩍 날아가 버렸거든요.
그래서 참새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면 왠지 행복했던 기분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다가가도 참새가 도망가지 않게 됐어요.
아침에 신호를 기다리다가 참새를 발견해서 살짝 다가가 봤는데, 도망치지도 않고 ‘짹짹’ 하면서 그냥 있는 거예요.
이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십수 년 사이에, 참새가 “인간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걸 배우게 된 거겠죠?
그게 이제 DNA에 새겨졌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그게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겨우 십수 년 만에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좀 무서워졌어요.
참새가 그 정도로 변했다면, 인간도 분명 비슷하게 변하고 있을 거예요.
매일매일의 습관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DNA 차원에서 쌓여 가는 거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방식, 머릿속 생각들이 미래의 인간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더 편리한 것들이 계속 나오면서, 예전보다 머리나 몸을 덜 쓰게 된 건 분명하니까요.
이대로 세상이 점점 더 편해지기만 하면, 인간은 한 번쯤 퇴화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매크로한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 “그래, 일단 나부터 귀찮은 마음을 좀 줄이고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미크로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그런 나의 사고 회로랍니다.
* 2007년 8월에 일본어로 쓴 글을 2025년 4월에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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