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밀물과 썰물에 맡기기|왠지 안 풀리는 시기를 보내는 법

늘 밤엔 친구랑 밥 약속이 있었는데, 서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결국 못 만나게 됐어요.
요즘엔 이런 일이 자주 생기네요.
그럴 때가 있죠, 누구에게나.

나도 그런 안 풀리는 시기일수록 그냥 흐름에 맡기기로 해요.
‘지금은 이런 시기구나.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서요.
인생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생엔 자연스러운 밀물과 썰물이 있다고 믿어요.

점이나 운세 같은 건 아니지만,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잘 되는 시기와 조금 안 풀리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5월엔 유난히 인연 운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지금은 인연 운이 오고 있구나’ 싶어서 좀 피곤해도 누가 부르면 나가보려고 했어요.
신이 ‘이번 시기엔 사람 많이 만나 두는 게 좋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나가고 싶어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로 약속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일이 생겨요.
그래서 이번엔 ‘아, 신이 지금은 쉬는 게 좋다고 말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차라리 이럴 때 공부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눈앞의 일에 긍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획대로 안 될 때는 괜히 속상하고, 마음도 가라앉기 쉬운데요.
그럴수록 나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신이 지금은 이렇게 지내는 게 좋다고 알려주는 거야’ 라고요.

그렇게만 생각해도, 이상하게 싫은 일에도 좀 더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시선으로 보면,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 기쁜 일도, 조금 슬픈 일도 –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예를 들면, 조금 힘든 일이 있었을 때도 ‘이 일로 뭔가 배우고, 더 멋진 사람이 되라는 뜻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슬픔도 내 영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예쁘게만 넘길 수 없을 만큼 상처받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그 일로 내가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 원래 좀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기도 하고요.

‘신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잘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한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 하나가 힘들 때 조금 다른 시선을 줄 수 있어요.

2007년 6월에 일본어로 쓴 글을 2025년 4월에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